안양 호계동 늘가공방에서 도자기 그림 공예를 했다.
집 근처에 도자기 공방이 있다. 이름은 늘가공방.
처음에 생길 때부터 아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어 오가며 이야기도 나누다가, 도자기 공예(라지만 그림을 그리는)도 체험할 수 있다고 하여 방학 때마다 따님을 데리고 방문했다.
지난 2월에도 따님을 뫼시고 다녀왔는데, 게을러서 이제야 글을 남긴다.
늘가공방은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 있다.
우리 집 근처인데, 페리카나 치킨 바로 건너편이라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이와 남기는 즐거운 추억
아내와 나는 딸에게 가능한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이 중요하지만, 뭐 그건 차치하고.
어쨌든 열심히 딸에게 경험시키는 중인데, 악기와 그림, 춤, 운동 이것저것 다 시켜보고 있다.
아이가 아직 어리니 뭘하든 금방금방 습득하니까 매우 기분이 좋다.
여튼 그 중에서 그림 그리기를 정말 좋아하는데, 늘가공방에 가면 자기가 쓸 접시나 컵 등을 만드니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이번에도 오랜만에 방문해서 파스타 접시와 동그란 접시 두 개를 그리고 왔다.
파스타 접시는 내가 선택했고, 동그란 접시는 딸이 선택했다.
하얀 접시에 뭘 그려야 하나 생각해봤는데, 상상력이 빈곤한 아저씨의 머릿속에서는 무언가가 떠오르질 않았다.
결국 자기의 세계가 확실한 딸에게 밑그림을 부탁했다.
겨울이니까 맛있는 한라봉이 떠올랐다고 한다.
금세 그림을 그려내는 딸을 보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딸바보의 눈에는 그저 어여쁠 따름이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1시간 30분 동안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먼저 자기가 고른 접시에 밑그림을 그린다.
차근 차근 그리고 싶은 것을 신중하게 담아내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모르겠다.
작품의 이름은 귀여운 고양이 접시.
커다란 고양이 한 마리에 주변에 작은 고양이들도 있고, 고양이 앞발 풍선도 떠 다닌다.
매일 같이 고양이 키우고 싶다, 강아지 키우고 싶다 노래를 부르더니 접시 안에라도 고양이를 잡아두고 싶었던 모양이다.
밑그림을 완성하고는 금세 슥슥 물감으로 칠한다.
칠하다가 잘못된 부분은 커터칼로 슥슥 긁어내고 다시 그리면 된다고 한다.
잘못된 부분을 긁어내는데, 중학교 때 성적표의 숫자를 칼로 긁어서 다시 쓰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은데.. 뭐지...
열심히 그리더니 마지막에는 고양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게 뭐냐 물었더니 자기 마음을 그려놨단다.
울고 싶을 정도로 고양이가 키우고 싶었나보다...
딸이 그려준 밑그림 위에 색을 칠했다.
처음 딸이 그려준 밑그림과 차이가 좀 생겼는데, 나 나름의 창작이랄까.
세필을 이용해서 날짜와 이니셜도 적어놓았다.
물감에 물이 너무 많아 주루룩 흐른 부분이 있는데, 마치 과즙이 터져 흐르는 느낌 같아서 마음에 든다.
나도 은근 미술에 재능이 있었나...?
열심히 그려놓은 접시는 공방에 두고 오면 된다.
작은 공방이지만, 공방 안에 가마를 두고 있다.
일정에 따라 도자기를 구워 완성하고 있기 때문에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이번에는 보름 정도 걸릴 것 같다는 대답을 들었다.
2주 간의 기다림 후에 만난 나의 접시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놓았다는 사실을 잊고 지내다보면 늘가공방에서 연락이 온다.
아내에게 늘가공방에서 접시가 완성되었다는 연락이 도착해서 완성된 도자기 작품 두 점을 가지고 왔다.
먼저 딸과 나의 협업이 돋보이는 파스타 접시다.
파스타를 만들어서 담아낸 후, 치즈를 뿌려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구워 오븐 스파게티를 만들고 싶은 비주얼이다.
생각보다 색이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다만 한라봉이 아니라 배 같은 것은 기분 탓이겠지.)
딸이 그린 고양이 접시도 모양이 예쁘게 잘 나왔다.
그런데 왜 이렇게 눈물이 진한 것 같지... 뭔가 짠한 그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 집에서 고양이를 키울 수는 없도다.
나는 집에서 사람 외에 다른 동물은 허락하지 아니하노라.
오랫만에 늘가공방에서 도자기 공예를 하고 왔는데, 딸이 매우 좋아해서 마음에 들었다.
뭐, 갈 때마다 좋아하니 자주 가고 싶은 마음이다.
체험료는 아내가 늘 결제하기 때문에 나는 잘 모른다.
그저 아내 돈으로 즐거운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굳이 알고 싶지 않다...)
다음에는 내가 쓸 머그컵이나 하나 그리러 가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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